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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게임 죽은도시의 제작은 2007년 1월부터 시작해 12월에 끝이 났습니다. 현재 죽은도시 대문 하단에 적혀있는 네 명의 이름은 네 명의 합작 멤버를 뜻하며, 당시의 닉네임을 그대로 땄습니다. 그 합작은 당시 모두 함께 가입해있던 미궁게임 카페 채팅방에서 상당히 즉흥적인 결성이 이루어진 것으로 기억합니다. 


죽은도시의 첫 계정은 Vsix 포탈이 제공하는 무료 계정이었습니다. 그 주소는 http://deadcity.vsix.net/index.html 이었는데 특별한 느낌의 도메인에, 파격적인 용량으로[각주:1] 이만한 조건이 없다 느꼈는데, 거저 주어지는게 아니더군요. 후에야 알게됐지만 IPv6로 전환을 해야만 사용이 가능한 문제가 있었고 이후로 미리내 계정을 마련하게 됩니다. 나야나 계정은 미리내 계정 공개 이후 잦은 트래픽 초과 발생으로 2008년 2월 초에야 만들게 되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필자조차도 그 끝을 제대로 확신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합작원들은 각각 실력있는 플레이어. 개중 한 명은 유능한 제작자. 그때만해도 이만한 멤버가 없었습니다. 넷이 모여 낼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가 있었으나 복합적인 사정으로 낮은 참여율을 보이고 맙니다.[각주:2] 무엇보다 만들고 싶다고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진전은 더욱 더딜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찌어찌 완성이 되었을 때 그렇게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죠. 크리스마스 일주일을 남겨둔 때였습니다.


죽은도시는 네이버 카페 VL, CM, Final Challenger, 미스틱 스퀘어, 개인 미궁 no.1 등에 소개되었습니다. 그때 사용했던 죽은도시용 계정이 살아있는 것도 이 글을 쓰면서 알게되었네요. 뿐만 아니라 미궁게임 가이드[각주:3] 디씨 인사이드 수수께끼 갤러리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보자면, 미궁게임 가이드에서는 당시 죽은도시 전후에 올라온 22개의 미궁게임들의 조회수 평균이 800이고, 덧글의 평균이 15인 점을 감안했을 때, 5배나 높은 조회수와 24배나 더 높은 덧글수를 기록하였습니다.

디씨의 경우는 그 반응이 더욱 성공적이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수수께끼 갤러리에 글이 올라온 이후 죽은도시에 대한 질문글 리젠율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었습니다. 이 글이 쓰인 시간을 기준으로 약 134페이지부터 177페이지까지 거의 30~40페이지가 대부분 죽은도시에 대한 글이었고, 이후에도 끊이지 않고 드문드문 올라온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죽도갤"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었던 것이 아닙니다.


기존에도 아저씨의 미궁게임에 대한 글이 올라왔다가, 죽은도시로 탄력을 받았는지 이후로 아카데미, Fate 미궁게임, 데스페아, 보석미궁, The Bet, 젝티브 미궁게임, Keep your insomnia, 최근에는 The Riddle Everlasting과 의미없는 끄적임에 대한 글까지, 미궁게임에 대한 글은 끝도 없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수수께끼 갤러리가 마치 미궁게임 갤러리가 된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게해서 모인 여러가지 반응들 중에는 분에 넘치다 싶을 정도로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피드백을 받으면서 제작자로서 정말 뿌듯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특히 이 말. 최근 엔딩 게시판에 올라온 글 중 하나입니다. 당시 문제를 제작하면서 플레이어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어떤 의도가 있었는데 그것을 가장 잘 캐치해준 것 같아 되려 고마웠습니다. 역으로 공감이 되기도 했구요.

 

죽은도시를 처음 만들면서 가장 필요한건 자료와 정보 수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원하는 밑그림을 구현해내는 과정에서 체스, 악보, 성경, 한자, 역사, 설화, 영화, 문화, 수학, 라틴어, 카드 게임, 순우리말, 심리학 등 다양한 키워드에 대한 상식, 그리고 포토샵, Html, 자바스크립트, 플래시를 다루는 법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문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생각할 때에는, 길을 걷는 와중에도 온갖 것에 대한 천사만감이 들었습니다. 평소 눈여겨보지 못했던 것도 한 번 더 보게 되는 이 느낌 아나요? 몇몇 제작자분과 주고받은 메일에서 그들이 말했던 것처럼, 이 미궁게임을 만드는 동안처럼 무언가에 깊게 열중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은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36개의 건물로 들어찬 도시는 주인공의 사고 세계, 뇌, 머릿 속을 상징합니다. 하나의 세계에 대한 비유기도 합니다. 그래서 최대한 다양한 주제의 문제를 각 문제에 포진시키고자 했고, 그의 삶과 가족, 과거에 대한 이야기도 본문에서 다뤄보려 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도시(무의식)을 헤메는 경과에 대한 가장 큰 암시는 에필로그가 되어서야 갑작스레 주어집니다. 결국 그는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요? 그의 이름을 아무개로 정한 것도 주인공을 특정 인물로 두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거창한 설정과 달리 그 표현력은 영 좋지 않았고, 꿈보다 해몽인 격이 되어버렸습니다.

최초에 죽은도시를 만들고자 했던 것은 미궁게임에 대한 흔적을 남기고 싶은 마음에서였고, 고전 미궁게임의 느낌을 따라가고 싶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죽은도시는 기본적으로 The Labyrinth 미궁게임의 오마쥬를 표방해 만들었고, 시간의 숲과 배드 엔딩, 텍스트와 BGM, 배경과 본문의 색상 등 여러 요소에서 그것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또한 문제 중 일부는 "Ouverture-Facile"이라는 프랑스 riddle page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여담이지만, 진행 초반 제목으로 쓰이는 "긴 수면"은 필자가 오래 전 읽었던 스타크래프트 소설에서 그대로 가져온 표현입니다. 후반부의 장면은 영화 "폰 부스"를 모티브로 플레이어들에게 긴박한 심리적 긴장감을 조성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또한 모티브가 되기도 했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곳에서는 최대한 정신나간 느낌으로 글을 썼습니다.


문제와 힌트를 만들 때는 특히나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문제를 만들 때 너무 검색으로만 풀려도 안됩니다. 답의 형태가 단순해 그것에 손쉽고 허무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서도 안됩니다. 그리고 한 쪽으로 치우친 특정한 지식만이 사용되어서도 안될 것입니다. 잘 모르는 분야의 지식이더라도 문제를 풀기 위해 간단히 익힐 수 있을 정도라면 오히려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것에 접근하기 쉬운 길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힌트가 있지만, 힌트 역시 과도할 경우 문제 자체를 해칩니다. 너무 과도한 양이 주어지면 힌트 의존적이 되어버리고, 노트를 보는 것. 즉 힌트를 보는 것 자체가 문제 풀이 과정의 일부가 되어버립니다. 문제를 풀다보면 감조차 잡히지 않아 멍하게 붕 뜨는 경우가 생깁니다. 힌트는 그럴 때 방향을 잡아주는 것 뿐입니다. 이런 생각으로 만든 본문이지만 그래도 최근 소스 수정을 하면서 모든 페이지를 한 번 더 복기했을 때, 고민한 양에 비해 반영된 결과가 많이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실 문제도 재평가하자면 말장난 문제가 상당히 많은데, 이 부분도 여간 아쉬운게 아닙니다. 다음에 또 계기가 주어지면 더 노력해보고 싶네요.


죽은도시는 07년 12월 18일 공개된 이후에도 서너번의 수정이 더 이루어졌습니다. 베타테스터 역할을 해주신 분이 정말 빨리 죽은도시를 뚫으시면서 발견된 일부 문제 오류 수정이나, 특정 폰트로 이루어진 문구를 이미지화 시키는 등의 작업이 첫번째 수정에서 이루어졌고, 메인 루트 외의 부분에 대한 작업이 08년 초기의 두번째 수정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세번째 수정은 08년 7월 25일부터 09년 초반 사이에 이루어졌는데, 일부 문제를 수정 및 추가함과 동시에 몇몇 본문을 새로 적었습니다. 순우리말을 좀 써보려고 노력하면서 퇴고 작업을 거쳤습니다. 뿐만 아니라 노트와 지도, 열쇠, 메인 루트 외의 부분도 조금 손을 볼 계획이라고 당시 글에 적혀있는 것으로 봐서는 전체적으로 한번 손을 봤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때 소스 암호화를 여러 겹 해놓았는데, 진행하면서 소스를 살펴볼 일이 전혀 없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소스보기를 하는 습관을 막고, 소스에 뭔가 숨겨져 있을지 모른다는 플레이어 특유의 찝찝함을 원천봉쇄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그것이 최신 버전의 크롬 브라우저에서 접속이 제대로 되지 않는 원인이 되었고, 16년에 와서야 이루어진 네번째 수정 때는 이러한 소스 암호화를 모두 풀고 일부 본문을 수정하면서 소스를 리모델링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14년 8월 3일

최근에는 일종의 미궁게임 툴사이트인 THE LABYRINTH의 운영자 분들께서 열렬히 수고해주신 덕분에 THE LABYRINTH판 죽은도시[각주:4]까지 열게 되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해당 사이트의 공지사항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1. 기억상, 400MB까지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본문으로]
  2. 결국 근래로 오면서 죽은도시 미궁게임에 대한 모든 권한을 자연스레 필자가 전담하게 된 셈입니다. 파일도 저 외에는 갖고 있는 멤버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필자가 모든 제작을 담당했던 것은 아닙니다. 일부 문제의 아이디어는 물론, 죽은도시의 뼈대 중 하나인 지도를 비롯한 여러 이미지를 구하거나 만든 것은 모두 합작원들의 성과니까요. [본문으로]
  3. 예전에 폐쇄되었습니다. [본문으로]
  4. 필자는 "이식판"이라고 부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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